공무원 퇴직을 앞두고 인생 2모작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퇴직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인터넷기사를 통해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을 알게 되었고, 경록인터넷 강의를 신청한 후 틈틈이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시험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2013년 6월 말 퇴임식을 한 이튿날, 출근하지 않는다는 심적인 허전함을 달랠 겸 아침 운동을 갔다가 왼손 엄지손가락 마디가 골절되고 신경조직을 다치는 중상을 입는 사고를 당하였습니다. 야산 공원에 있는 국궁장에서 활을 쏘다가 화살이 부러지면서 부러진 화살이 왼손 엄지손가락을 관통하여 박혀버렸습니다.

같이 활을 쏘던 동호인의 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가서 손가락에 꽂혀있던 화살을 제거하고 영상을 촬영한 결과, 그 병원에서는 수술이 어렵다며 골절접합 전문병원으로 가서 수술할 것을 권유받았습니다. 수술을 하고 15일 동안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습니다.

주택관리사 1차시험이 1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한 불의의 사고라 시험을 포기할 생각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미련이 남아 병실에서 깁스를 하고 링겔주사 바늘을 꽂은 상태에서 수험서적을 넘겨가면서 회계원리 예상문제를 풀기 위하여 계산기를 두들겼습니다. 시험을 1주일 앞두고 퇴원을 하였습니다.

반깁스를 하고 1차시험을 치고 난 후 가채점을 한 결과 무난히 합격할 것 같았습니다. 2개 과목을 보는 2차시험 일정이 2개월 후였습니다. 2차시험은 집에서 병원 외래진료 받으며 준비하였습니다. 2차시험도 경록교재 및 열강을 해 주신 교수님 덕분에 수험준비기간 10개월 실제나이 만 60세에 제16회주택관리사 시험에 무난히 합격을 하였습니다.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퇴직 후 1년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38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시간에 얽매여 하지 못했던 국내여행을 마음껏 하고 외국여행도 다녀왔습니다.

퇴직 후 1년 만에 아파트관리사무소장으로 재취업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 후 귀촌생활을 하는데 저는 반대로 지방에서 퇴직한 후 대도시에서 재취업을 하였습니다. 살고 있던 곳은 직업 특성상 아파트 입주민들이 전직동료를 비롯, 다수가 서로 잘 아는 사이가 많습니다. 아파트관리 업무의 경험부족으로 첫 근무지로는 불편할 듯하여, 서울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경험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입주민들과 갈등도 있었지만. 성품이 좋은 입주민들을 만나 한 아파트에서 만 3년 1개월간 근무하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상당히 긴 기간에 해당합니다. 공직 특유의 성실함으로 근무한 것을 입주민들이 인정해주어 위탁관리계약을 무난히 성사시키게 된 것입니다.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일은 층간소음 문제로, 80대 노부부가 심야시간에 운동기구에서 나는 소음으로 잠을 잘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한 일인데요. 해당 라인 위층 세대를 일일이 방문하여 소음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방송으로 심야시간대 운동기구 및 세탁기 사용 자제, 발자국 및 문 닫는 소리, 주의를 당부하여 큰 갈등 없이 잘 해결하였습니다.

또 어떤 날은 길고양이에게 밥주는 문제 때문에 갈등이 심하게 불거졌습니다. 길고양이에 먹이를 주는 입장에서는 고양이가 불쌍하니까 선의를 베푸는 행위로 보호해야한다는 것이었고, 반대편 입장에서는 고양이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찢는 행위, 고양이들끼리 싸울 때나 발정기 때의 울음 등이 소음을 유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며칠 뒤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분들은 마음이 따뜻한 분들입니다. 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선의로 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먹이주기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캣맘들의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지라 양측의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택관리사보에서 주택관리사로 되는 경력을 쌓은 뒤, 3년 1개월 만에 복잡한 도시생활을 접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자 낙향을 하였습니다. 다시 1년 동안 취미생활을 하고 여행을 다니다가 고향의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재취업하여 1년간 근무를 하였습니다. 지방의 생활은 도시에 비해 여유로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에선 출퇴근 전쟁을 겪어야 하는데 비해 시간이 절약되는 점이 좋습니다. 하지만 240여 세대 되는 소규모 아파트다 보니, 시설기사겸직 소장을 맡았습니다. 업무량이 두 사람 몫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지요. 날마다 입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느라 동분서주 ‘가로등 불빛이 흐려요.’ ‘수목소독을 왜 안하나요.’ 주민의 요구사항은 될 수 있는 한 들어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도 있었어요. 아파트 수돗물 물탱크 청소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어느 세대 주방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온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현장을 방문하여 물을 받아 확인하니 검은 찌꺼기가 검출되었습니다. 입주민은 물탱크 청소를 잘못한 것 아니냐고 항의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청소업체에 연락해 물탱크 청소를 다시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했던 와중, 우연히 주방 코브라 수도꼭지를 확인하니 수전패킹이 마모되어 떨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정도 사용하였다는 수도꼭지를 입주민과 협의하여 교체했습니다. 이튿날 출근하니 전화가 왔어요. 꼭지를 교체하니 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는 전화였습니다. 다행이라 답하면서 우리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 현장에서는 생소한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1년 단위 계약직 근로자입니다. 공직에 비해서 신분보장이 되지 않고 주민들의 감정적인 민원 등, 근무환경이 열악하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입주민의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위하여 열심히 소명을 다할 것입니다.